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게 될 것이다 (2)

..이건 아무래도 시험 때마다 특집으로 나가야 될 것 같네요. (시리즈 1, '중간고사편' 은 http://zwitch.egloos.com/3722969 요기에=_=)
기말고사 끝나고, 채점도 다 마무리지어졌습니다. 이번에는 선생님들이 '그래, 이번 시험이야말로 뇌에 든 게 없는 가엾은 아해들을 어엿비 여겨 완전 쉽게 내자!' 라고 의기투합, 정말 문제를 쉽게 냈는데요... 항상 그렇듯, 놈들은 우리의 기대를 완벽하게 배신, 엄청난 답들을 쏟아냈습니다..OTL 이쯤되면 수업시간에 뭔가를 가르치는 행위 자체에 무슨 의미가 있나 하고 교사라는 직업에 대한 회의감을 품을 정도.

그러니까 어떤 식이냐면..

문제. 1789년 ( ) 함락 사건을 발단으로 일어난 이 혁명은....

설명이 쭉 나오고, 괄호 안에 들어갈 말은 '바스티유 감옥' 이거든요. (바스티유만 써도 맞음)
애들이 수업시간에 다른 건 몰라도 이것만큼은 무지 대답을 잘 하길래 '이쯤이야 맞춰주겠지' 하고 냈는데.. 찬란한 오답 리스트들이 나왔습니다-┌

1. 안타깝게 글씨 틀린 유형 : 비스티유, 비스타유, 바스트유, 바스티우, 바스터유, 바스타디유, 바스티움 등등
2. 같은 프랑스말이라고 헷갈린 유형 : 바르세유(엉?), 베르사유 궁전-_-, 베르사유 감옥-_- 등등
3. 완전 헛소리 : 교도소 함락-_- 보스턴 차 함락-_- 무적함대 함락-_- 러시아 함락-_-, 테니스장 함락-_- 상공시민층 함락(대체 어떻게 하면 상공시민층이 함락되는 거지??) , 크롬웰 함락-_-(..얼씨구나?) 등등 .. 이쯤되면 프리즌 브레이크가 안 나온 게 다행일 정도.

전 애들이 바스티유라는 단어를 이렇게 다양하게 재해석할줄은 몰랐습니다-_-... 이 말이 그렇게 어려운 걸까요..? ㅠ.ㅠ 이 정도는 상식이라고 생각했는데..ㅠㅠ

그리고 더 기가 막힌 것..

문제. 1861년 미국에서는 ( )이 일어났다...

이 아래에는 노예 해방 선언이 쓰여 있고, 친절하게도 '관련있는 전쟁을 써라' 라고 했는데... 정답은 '남북전쟁' 이죠. 그런데 애들은 전쟁이면 다 같은 전쟁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주 자기 입맛에 맞는 온갖 전쟁을 다 쓰더군요. 제일 많이 나온 오답이 '노예전쟁', 그리고 애들이 가장 좋아하는 전쟁인 '크림전쟁'(아이들은 크림전쟁의 '크림' 이 지명이라는 걸 모르고, 생크림 같은 건줄 압니다-┌) , 두 번째로 좋아하는 전쟁인 '아편전쟁', 1학기 시험문제 정답이었던 '백년전쟁' 등등등.. 세계의 전쟁이란 전쟁은 다 나옵니다. 그러나 압권은 누가 뭐래도 '6.25 전쟁' '살수대첩'...-┌ 이쯤되면 싸우자는 거 맞죠????ㅠㅠ 게다가 '마르크스' 써놓은 놈은 누구야 대체!!!-┌

거기에 한술 더 떠서.. 아예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기도 합니다.

문제. 신라의 승려 혜초가 인도와 부근 여러 나라를 순례하고 그 행적을 적은 여행기이다..

이건 제가 중학교 다닐 때에도 시험문제에 나왔던 '왕오천축국전' 입니다. 그런데 사실 이거, 애들한테는 상당히 어려운 문제에요. '무구정광대다라니경' 과 '직지심체요절' 과 함께 아이들을 괴롭혔던 3대 책자 중 하나..-┌ 확실히 애들한테는 힘들었나 봅니다. 그래서 새로운 책을 창조해 내더군요.. 왕천축국전(이쯤되면 참 아까움), 왕오천축구전(..어이, 혜초가 가서 축구했냐?) 왕우천추구전, 왕도천치국전, 왕위천축오전, 혜초천축국전, 동방천축국전 등등..-┌ 게다가 직지심체요절(..이건 또 어떻게 외웠대?), 진흥왕 순수비, 동방일지행록-_- 등등.. 온갖 것들이 다 나와요. 심지어 '내문서' 쓴 넘도 있음. 뭐니 넌..-┌

제가 남자친구한테 이런 얘기를 하니까, 남자친구(현직 고교 교사) 왈..

남친 : 뭐 어때.. 우리 학교에서는 주관식 답란에 '선생님 사랑해요' 써놓은 녀석도 있어.
본인 : 그 정도면 괜찮네~ 애교있고 좋네.
남친 : ....우리 학교 남학교거든????-┌
본인 : ....뭐 어때-_-;;;;;;;;; 어쨌든 제자한테 사랑받...
남친 : 그것 뿐만이 아니야-┌ 괜히 쉬는시간에 나한테 와서 수줍은 듯 얼굴을 붉히고 몸을 배배 꼬면서 음료수 같은 거 갖다놓는 애들도 있다고-┌....... 도대체 어쩌라는 거임?
본인 : ....괜찮아. (토닥토닥) 여자한테 인기 많은 것보다는 낫네 뭐.
남친 : ...헐-_-

아아 세상은 카오스. 다음 중간고사는 또 무슨 아스트랄계가 우리를 맞이할까요ㅠ.ㅠ

by Reds | 2008/07/07 11:13 | 잡담 | 트랙백(1) | 덧글(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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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Full ahead R.. at 2008/10/09 19:30

제목 :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게 될 것이다 (3)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게 될 것이다 (2) 안녕하세요, 이번 시험 기간에도 어김없이 찾아온 '무엇을 상상하든..' 시리즈입니다. 전 정말로, 이번 시험만큼은 '진짜로 엽기답안이 나오지 않을 문제만 출제하였다!' 라고 자신하였습니다-┌ 그런데 역시 애쉐킷들의 상상력이란 저의 굳어 버린 뇌세포 따위는 간단하게 초월해 주시더군요... 답안지를 보면서 우울증 걸리는 줄 알았습니다-ㅂ- 도대체 그들의 머리 속엔 무엇이 들어 있는 것인지 너무......more

Commented by 바스티 at 2008/07/07 12:39
내문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첫번째답안에서 자꾸 제이름이?! ㄷㄷ
Commented by 언어술사 at 2008/07/07 14:04
바르세유...시세랑 젠덴이 같이 간 마르세유도 아니고-_-;;
Commented by verpool at 2008/07/07 14:27
내문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꼬맹이들 진짜 너무 웃기네요.ㅋㅋㅋ
Commented by 둥가 at 2008/07/07 16:49
정말;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군요
Commented by 갈피 at 2008/07/07 17:23
역시 남고는 다릅니다 (....)

이거 시리즈로 보니 재밌네요 ㅋㅋ
Commented by vladi at 2008/07/07 19:40
답안들이 참 재밋네요ㅋㅋ
Commented by Anfiled189 at 2008/07/07 20:18
레즈님 이글루 왼쪽에 있던 노래들이 없어졌네요 -_ㅠ? 어디로??
Commented by 부단뽀이 at 2008/07/07 23:26
그냥 객관식만 내세요.
Commented by 나쉬 at 2008/07/07 23:28
내문서ㅋㅋㅋㅋㅋㅋ 대박이네요. 내문서 정도면 재치답안으로 보너스 점수 줘도 될 듯 (..)
아 근데 무적함대 함락, 러시아 함락 이런건 유로때문인가요ㅋㅋㅋㅋㅋㅋ
Commented by SG at 2008/07/08 09:35
이전에 한문 문제로 '양상군자'의 뜻을 쓰라고 했더니, "군자의 양상" 답 여럿 나왔습니다.
Commented by Reds at 2008/07/08 10:19
바스티님//헉 그러고보니 그렇군요-ㅅ-;

언술님//그러게요. 마르세유도 아니고-__-

verpool님//채점하다보면 눈물나요;;

둥가님//네 그렇습니다..ㅠ.ㅠ

갈피님//...남고는 역시 뭔가 다른 건가요-┌

라디님//재밌... 나요ㅠㅠ 채점하는 입장에서는 복장이 터져요.

Anfiled님//그거 노래 파일이 안 뜨길래 삭제했어요..

부단뽀이님//교육청 방침에 따라 무조건 주관식 50점을 내야 하기 때문에 그럴 수가 없습니다.

나쉬님//보너스 회초리는 가능.. (음?)
애들이 이상하게 무적함대라는 단어를 좋아하더군요. ㄷㄷ

SG님//군자의 양상이라.....-┌ 그래도 그 정도 쓴 애들은 낫네요ㅠ.ㅠ
Commented by SG at 2008/07/08 14:49
근데 문제는 그 '애'들이 무려 대학생이라는 점..T.T
Commented by Reds at 2008/07/08 18:35
....그게 사실이라면 좀 무섭군요-┌
Commented by 은혈의륜 at 2008/07/08 22:05
무적함대는 스페인입죠 'ㅅ'b 저도 어릴때는 크림전쟁이 난 이유가 서양애들이 크림이 모자라서 크림 원자재 먹으려고 싸우는거라고 상상했었죠 :D 학교에서 테니스장 공사할때 학생들 뭐 시켰나요 대체 테니스장이 왜 나온건가요(...)

아 그나저나 학생들이 가장 안믿는 말중 하나가 "이번 시험은 너무 쉬워서 풀다가 하품나올꺼다!" 라는 부류죠(...) 근데 중학교 선생님이시죠? 제사촌들 답안좀 확인하러 가봐야 겠습니다 이거(...) 역사 오답내면 몇대 때려줘야겠습니다 으하하. 역사 잘하는 사촌형/오빠 냅두고 역사를 틀리다니 하면서요(...)
Commented by savants at 2008/07/08 22:39
테니스장은 아마 테니스코트 선언에서 나온건가요;;
보다 많이 웃었네요^^:
Commented by at 2008/07/09 16:39
임작가라고 안쓴게 다햏 ㅎㄷㄷㄷㄷ
(부산이면 정말 임작가 나올지도 ㅎㄷㄷㄷ)
Commented by Reds at 2008/07/10 17:58
은혈님//애들은 생크림 던지면서 싸운 전쟁인 줄 압니다-┌ (어떤 녀석은 슈크림이라고 주장..-┌) 테니스장은, 아마 프랑스 혁명 과정의 '테니스코트의 선언' 이 감명깊어서(??) 나온 거 같은데.. 교과서엔 나오지도 않는데 어디서 줏어들었는지 미스테리-_-;;;;
그런데 이번 시험 진짜 쉽게 냈다구요. 심지어는 '여기서 나와!' 이렇게 가르쳐주고 했다구요(....) 하지만 애들은 듣지 않습니다 ㅠ.ㅠ 크헝.

savants님//그렇게 추측하고 있는데, 전 가르친 적이 없습니다..-┌;; 어디서 줏어들었을까요.

딥옹//야구보는 애들이 별로 없어서 임작가를 모른다오
부산이라면 나올듯 ㅋㅋ
Commented by biscan at 2008/07/11 04:56
제가 레즈님 글 중에서 가장 기다리는 글이 왔군요.
매일 시험쳤음 좋겠어요. 이 시리즈 많이 보게 -_-
Commented by 은혈의륜 at 2008/07/12 23:04
.....전 학생을 적으로 돌리시게 될겁니다(...)
Commented by Reds at 2008/07/13 21:08
비스칸님//...그건 쫌;;;

은혈님//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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