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2월 26일
간만의 간사이 여행기 (11)
* 지난 줄거리 : 10편을 쓴 지 너무 오래되어 까먹었다-┌

짤방 - 호류지의 전경
여행 4일째인가 5일째.. 드디어 간사이 쓰루패스의 기한이 다 되었습니다. (묵념) 아침부터 데굴데굴하며 오늘은 어디에 갈까 하다가 일본에서 갔었던 절집 수를 손가락으로 꼽아 보았습니다. 교토의 기요미즈데라, 킨가쿠지, 긴가쿠지, 덴류지, 히가시혼간지, 호린지, 오사카의 시텐노지, 나라의 도다이지, 고후쿠지.. 아홉 개를 둘러 보았더군요. 이왕 일본 온 김에 열 개를 채워가자- 라는 뜻에서 다음 목적지는 담징의 금당벽화로 잘 알려져 우리에게도 친숙한 호류지로 정했습니다.

여행지에서만 아침형 인간으로 거듭나는 저는 이 날에도 아침 일찍부터 길을 나섰습니다. 인적 없는 오사카의 거리를 음악 들으면서 걸어가니까 기분이 참 좋더군요. 대도시이지만 서울보다는 공기가 좋은 듯'-'

숙소가 있던 에비스쵸에서 JR 남바역까지 걸어갔습니다. 지하철로는 환승 껴서 두 정거장 정도의 거리인데, 오사카 시영 지하철은 역과 역 사이의 거리가 짧은 편이라 충분히 걸어갈 만 했습니다. (물론 저처럼 걷는 걸 좋아하는 사람에게 해당되는 얘기-┌) 걸어갔던 길은 오사카에서도 좀 뒷골목에 해당되는 그런 길인데, 벽에 웬 그라피티를 잔뜩 해놨더라고요. 비슷비슷한 것들이 많은 걸로 보아 동일인물들의 작품인 듯=ㅅ=

그리고 그라피티가 끝나자, 초등학생들이 그렸다고 하는 그림들이 벽에 쫙 붙어 있습니다. 역시 만화 강국이라 일본 초딩들은 그림 잘 그린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순수한 동심의 세계 따위와는 100만광년쯤 떨어진 제 머리속은 저 그림을 보며 '아니 토끼와 원숭이의 결혼이 가당키나 한 건가 종이 달라 종이!!' 라는 생각부터..OTL

이런저런 잡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덧 남바역에 도착. JR남바역은 오사카 시영지하철과 난카이센, 긴테쓰센 남바역과도 멀리 떨어져 있어서 한~참을 걸어가야 했습니다. (그래도 항상 강조하듯 표지판 따라 걸어가다 보면 목적지에 다 도착합니다-_-) JR남바역에서 호류지로 가는 표를 구입했습니다. 고작 30분 남짓 걸리는데 450엔 정도 합니다 OTL 이놈의 살인 교통료..ㅠ.ㅠ

절 호류지로 태워다 줄 JR전철의 내부입니다. 산뜻하고 깔끔한데 아무리 봐도 우리나라 지하철이랑 너무 비슷.. 같은 종류의 전철을 사용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_-;

30분 정도 달리다 보니 어느덧 호류지 역에 도착했습니다. 작고 아담한 역인데 평일 아침이라서 타고 내리는 사람이 별로 없더군요. 저 혼자 내렸습니다-┌

바깥에서 본 호류지 역의 역사입니다. 속은 누추하지만(?) 겉모습은 예쁘게 잘 만들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저렇게 특징이 있는 역사 건물들이 많이 늘어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JR 호류지 역에서 호류지까지는 약 1.6km 정도. 호류지 앞까지 태워다주는 버스가 있지만, 동네 분위기도 느껴볼 겸 그냥 걸어가기로 했습니다. 한국인들이 많이 오는 관광지라 한글 표지판이 약 2-300m 간격으로 세워져 있어서 알아보기 편했습니다. 지도 한 장 없이 표지판만 보고 호류지까지 찾아가는 데 전혀 문제가 없을 정도.

호류지 마을의 풍경입니다. 오사카에서 전철로 고작 30분 떨어져 있는 곳인데 완전 시골 분위기가 납니다. 한적해서 좋았어요'-'

일본에는 정말 온갖 종류의 자판기가 있는데, 심지어 담배와 술도 자판기에서 팝니다-┌ 이 야시시한 것은 무엇을 파는 자판기일까요?-_-;;; (너무 쉽다)

걸어가면서 이런 목조 주택을 많이 만났습니다. 일본은 지금까지도 나무로 지은 주택들이 많이 남아 있는데, 목조 건물이 의외로 지진에 잘 견디고, 또 무너졌다 하더라도 석조나 콘크리트 건물보다는 인명 피해가 날 확률이 적어서 그렇다고 들었어요.

표지판을 따라서 한참 걸어가다 보니 잘 생긴 소나무들이 쭉쭉 뻗은 숲길이 우리를 반겨줍니다'-' 저 길을 따라가면 호류지가 있고, 오른쪽으로 가면 인포메이션 센터가 나옵니다. 너무 추웠기 때문에 몸을 녹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일단 인포메이션 센터로 들어갔습니다.

여기가 호류지 인포메이션 센터입니다. 예전에 영국에 있으면서, 또 이번에 일본을 둘러보면서 정말 부러웠던 건 어느 관광지든 인포메이션 센터가 정말로 완벽하게 잘 갖춰져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관광 선진국은 괜히 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자꾸 들더라고요.

안에는 호류지 미니어쳐도 있고, 버튼을 누르면 설명이 좔좔 나오는 장치도 되어 있습니다. 아기자기하게 잘 만들어 놓았더군요. 여기서 공짜 안내책자 하나를 집어들고 호류지로 갔습니다. 그러나 호류지 입장권을 사면 어차피 안내책자를 주기 때문에, 괜히 집어들고 온 셈이 되었습..OTL

저기가 정문입니다. 도다이지의 슈퍼울트라 정문에 비하면 아담한 규모.

안쪽은 이렇습니다. 호류지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본당과 오층목탑을 보려면 입장료를 내야 하는데, 호류지 표값은 무려.. 1000엔..!! 경내 관람과, 각종 국보가 전시된 보물관 관람 표가 합쳐진 일종의 패키지 형식인데, 이왕 온 김에 다 보자는 뜻에서 눈물을 삼키며 1000엔을 내고 들어갑니다.
이른 아침인데도 절에 사람이 꽤 많아서 웬일인가 했더니만 아니나다를까, 일본 어디에나 존재하는 듯한 한국인 단체관광객들.... 이분들 너무 시끄러우셔서 절집이 떠나갈 듯... 제가 다 민망했습니다..OTL (다행히도 곧 다른 곳으로 가버리시더군요)

호류지의 남대문입니다. 저 뒤로 보이는 게 본당과 오층목탑.

호류지는 일본에서 최초로 --- 라고는 해도 히메지성과 함께 지정되었으므로 '공동 최초' 라고 하는 게 맞습니다 ---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절집입니다. 본당과 오층목탑 등을 포함한 경내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이죠. 이곳의 오층목탑은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목탑으로 높이는 31.5m라고 하네요. 대략 아스카 시대에 지어진 건물입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백제 말기니까, 거의 1400년 가까이 되었죠. 탑 맨 꼭대기 층의 동서남북 방면에 각각 보물들이 모셔져 있다는데, 석가모니의 진신사리도 있는 듯..'-' (저것은 물론 그때 그 건물이 아니고 후대에 복원한 겁니다)

본존불이 안치되어 있는 금당입니다. 담징이 그린 금당벽화로 유명한 건물이죠. 벽화가 있나 해서 안에 들어가 봤는데 벽화는 없고 불상만 가득;; 어찌된 일인가 했더니 1946년에 일어난 화재로 벽화는 타버리고(ㅠㅠ) 현재는 예전에 찍은 사진을 토대로 하여 판넬에 재현한 작품만 보물관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일본에서 목조 건축물들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시작되게 된 계기가 바로 1946년, 호류지에서 일어났던 화재 때문이라고 하네요. 금당 안에는 쇼토쿠 태자가 만들었다는 금동불상 등 값진 불상들이 가득하댔는데, 조명이 너무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_-; (게다가 사진도 못 찍게 하더군요)

금당을 아래에서 위로 올려 찍어 보았습니다. 단청이 되어 있지 않아 수수한 멋이 있습니다. 기둥에 용을 비롯한 각종 동물 조각을 새겨놓은 것이 이채롭습니다.

긴가쿠지의 화려한 사리전이나 도다이지의 무시무시하게 큰 다이부쓰덴에 비해, 기품있고 차분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 건물이라 사진을 참 많이 찍었습니다. 이런 절집은 일본에서도 흔치 않죠. 일본에서 갔던 열 군데의 절 중, 우리나라 절집이랑 제일 비슷하게 느껴진 곳이었습니다.

시텐노지 때에도 설명드렸다시피, 금당과 오층목탑을 일직선으로 놓고 주변을 회랑으로 둘러싼 방식은 백제가 절집을 지을 때 썼던 양식이죠. 쇼토쿠태자가 시텐노지 다음으로 지은 절인 호류지도 어김없이 그런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우리 조상들의 기술을 받아들여 지은 절집이다 - 라는 생각이 들어서 호류지가 더욱 친근하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보물관으로 통하는 길로 나오니까 아담한 연못과 우물(로 추정되는 것)이 우리를 반겨줍니다. 날씨가 맑았다면 참 좋았을 텐데-_- 일본에서 저주받은 날씨를 계속 경험한 터라, 히메지를 제외한 다른 모든 곳의 배경이 흐리고 우중충합니다ㅠ.ㅠ

보물관으로 들어가는 입구입니다. 아까 한꺼번에 샀던 패키지 표를 제시하니 보물관 쪽에 구멍 하나 뚫고 들여보내 주더라고요. 건물 자체는 새로 지은 거라 별로 볼 거 없었음=ㅅ=

이것이 그 유명한 호류지의 금당 벽화입니다. 아까 말했다시피 원본은 타서 없어지고 현재 남아있는 것은 판넬에 재현해놓은 재현품입니다. 건물 안쪽에서는 사진을 못 찍게 해서, 보물관으로 들어가는 입구 바깥에서 줌을 바짝 땡겨서 찍은 터라 화질이 영 개판입니다--; 가까이서 보면, 재현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잘 그렸다' 는 느낌이 드는 그런 벽화입니다. 그러나 벽화의 안내문에는 '고구려 승려 담징이 그렸다' 라는 말이 없어서 머리 위에 물음표가 둥실둥실 떴죠-┌ 어차피 세계적인 유물인데, 남의 나라 사람이 그린 게 뭐 어떻다고 원작자를 안 써놨는지..
보물관 안에는 호류지의 유명한 유물 no.2인 청동으로 만든 백제관음상이 있습니다. 그 백제관음은 마치 백제 금동미륵보살 반가사유상과 남매처럼 닮았습니다. (사진을 못 찍게 해서 사진 없음-┌) 늘씬하게 잘 뻗은 우아한 불상이지요. 일본 불교미술의 대표작 중 하나입니다.

보물관을 둘러보고, 마지막으로 유메도노(夢殿)을 보기 위해 찬바람이 몰아치는 길을 꿋꿋이 걸어갑니다. 호류지는 경내가 상당히 넓은 절이라 다 둘러보려면 발품을 꽤 팔아야 하죠-_-;

유메도노 입장료는 200엔인데, 아까 샀던 1000엔짜리 패키지 표에 여기 입장료도 포함되어 있어서, 아까처럼 구멍 하나 뚫고 들어갔습니다. 서력 601년(쿨럭)에 조영된 곳으로 739년에 현재 규모를 갖춘 듯. 쇼토쿠 태자를 모시는 곳이라 팔각형의 유메도노 건물 안에는 관음상과 쇼토쿠 태자상 등등이 모셔져 있고, 이곳으로 들어오는 중문은 가마쿠라 막부 시대에 개조했다고 하네요.

유메도노 건너편에는 가마쿠라 막부 시대에 지어졌다는 사리전이 있습니다. '목탑에 사리가 안치되어 있는데 왜 또 사리냐!'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여기 있는 사리는 부처님 사리가 아니더군요. 때는 바야흐로 아주 옛날, 쇼토쿠 태자가 두 살이던 봄에 합장을 했더니, 손바닥 한 가운데에서 사리가 출현했다나 어쨌다나-_-;; 그 믿거나 말거나 한 사리를 보관하고, 쇼토쿠 태자의 일대기를 표현한 두루마리 등을 안치하기 위해 지은 건물이랩니다. 하여튼 쇼토쿠 태자님은 인기가 참 좋으십니다-_-; (근데 만약 이 분이 왕위에 올랐다면, 후대인들이 이렇게까지 쇼토쿠 태자를 좋아했을지는 조금 의문..;)

여기에는 범종각도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아담하고 작은 범종각과는 사뭇 다르죠. 종이 저 위쪽에 있어서 아래에서는 보이지도 않더군요-_-;

이번 일본 여행에서 늘 그래 왔듯이, 볼 거 다 보고 나가려니까 맑게 개이는 날씨..-┌ 교토에서 단단히 미움받고 있다고 느꼈는데 나라에서도 예외는 아니었습.. 크흑..ㅠ.ㅠ

이 멋들어진 절에 작별인사를 하고 오사카로 돌아갑니다. 안녕- 호류지!
* 이번 글에는 여러 정보가 상당히 많은데, 제 기억력이 좋아졌기 때문이 아니라 안내책자를 챙겨온 덕에 건물 내력에 대한 정보를 그나마 자세하게 다룰 수 있었습니다-┌ 챙겨오려고 했던 건 아니고.. 버리는 걸 깜빡해서 그냥 가져왔는데 이렇게 도움이 되네요.
* 다음 편에서는 오사카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오사카성과 츠텐가쿠 기행이 이어집니다. 그나저나 나 대체 이거 언제까지 써야 되는 거지..OTL

여행 4일째인가 5일째.. 드디어 간사이 쓰루패스의 기한이 다 되었습니다. (묵념) 아침부터 데굴데굴하며 오늘은 어디에 갈까 하다가 일본에서 갔었던 절집 수를 손가락으로 꼽아 보았습니다. 교토의 기요미즈데라, 킨가쿠지, 긴가쿠지, 덴류지, 히가시혼간지, 호린지, 오사카의 시텐노지, 나라의 도다이지, 고후쿠지.. 아홉 개를 둘러 보았더군요. 이왕 일본 온 김에 열 개를 채워가자- 라는 뜻에서 다음 목적지는 담징의 금당벽화로 잘 알려져 우리에게도 친숙한 호류지로 정했습니다.

여행지에서만 아침형 인간으로 거듭나는 저는 이 날에도 아침 일찍부터 길을 나섰습니다. 인적 없는 오사카의 거리를 음악 들으면서 걸어가니까 기분이 참 좋더군요. 대도시이지만 서울보다는 공기가 좋은 듯'-'

숙소가 있던 에비스쵸에서 JR 남바역까지 걸어갔습니다. 지하철로는 환승 껴서 두 정거장 정도의 거리인데, 오사카 시영 지하철은 역과 역 사이의 거리가 짧은 편이라 충분히 걸어갈 만 했습니다. (물론 저처럼 걷는 걸 좋아하는 사람에게 해당되는 얘기-┌) 걸어갔던 길은 오사카에서도 좀 뒷골목에 해당되는 그런 길인데, 벽에 웬 그라피티를 잔뜩 해놨더라고요. 비슷비슷한 것들이 많은 걸로 보아 동일인물들의 작품인 듯=ㅅ=

그리고 그라피티가 끝나자, 초등학생들이 그렸다고 하는 그림들이 벽에 쫙 붙어 있습니다. 역시 만화 강국이라 일본 초딩들은 그림 잘 그린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순수한 동심의 세계 따위와는 100만광년쯤 떨어진 제 머리속은 저 그림을 보며 '아니 토끼와 원숭이의 결혼이 가당키나 한 건가 종이 달라 종이!!' 라는 생각부터..OTL

이런저런 잡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덧 남바역에 도착. JR남바역은 오사카 시영지하철과 난카이센, 긴테쓰센 남바역과도 멀리 떨어져 있어서 한~참을 걸어가야 했습니다. (그래도 항상 강조하듯 표지판 따라 걸어가다 보면 목적지에 다 도착합니다-_-) JR남바역에서 호류지로 가는 표를 구입했습니다. 고작 30분 남짓 걸리는데 450엔 정도 합니다 OTL 이놈의 살인 교통료..ㅠ.ㅠ

절 호류지로 태워다 줄 JR전철의 내부입니다. 산뜻하고 깔끔한데 아무리 봐도 우리나라 지하철이랑 너무 비슷.. 같은 종류의 전철을 사용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_-;

30분 정도 달리다 보니 어느덧 호류지 역에 도착했습니다. 작고 아담한 역인데 평일 아침이라서 타고 내리는 사람이 별로 없더군요. 저 혼자 내렸습니다-┌

바깥에서 본 호류지 역의 역사입니다. 속은 누추하지만(?) 겉모습은 예쁘게 잘 만들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저렇게 특징이 있는 역사 건물들이 많이 늘어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JR 호류지 역에서 호류지까지는 약 1.6km 정도. 호류지 앞까지 태워다주는 버스가 있지만, 동네 분위기도 느껴볼 겸 그냥 걸어가기로 했습니다. 한국인들이 많이 오는 관광지라 한글 표지판이 약 2-300m 간격으로 세워져 있어서 알아보기 편했습니다. 지도 한 장 없이 표지판만 보고 호류지까지 찾아가는 데 전혀 문제가 없을 정도.

호류지 마을의 풍경입니다. 오사카에서 전철로 고작 30분 떨어져 있는 곳인데 완전 시골 분위기가 납니다. 한적해서 좋았어요'-'

일본에는 정말 온갖 종류의 자판기가 있는데, 심지어 담배와 술도 자판기에서 팝니다-┌ 이 야시시한 것은 무엇을 파는 자판기일까요?-_-;;; (너무 쉽다)

걸어가면서 이런 목조 주택을 많이 만났습니다. 일본은 지금까지도 나무로 지은 주택들이 많이 남아 있는데, 목조 건물이 의외로 지진에 잘 견디고, 또 무너졌다 하더라도 석조나 콘크리트 건물보다는 인명 피해가 날 확률이 적어서 그렇다고 들었어요.

표지판을 따라서 한참 걸어가다 보니 잘 생긴 소나무들이 쭉쭉 뻗은 숲길이 우리를 반겨줍니다'-' 저 길을 따라가면 호류지가 있고, 오른쪽으로 가면 인포메이션 센터가 나옵니다. 너무 추웠기 때문에 몸을 녹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일단 인포메이션 센터로 들어갔습니다.

여기가 호류지 인포메이션 센터입니다. 예전에 영국에 있으면서, 또 이번에 일본을 둘러보면서 정말 부러웠던 건 어느 관광지든 인포메이션 센터가 정말로 완벽하게 잘 갖춰져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관광 선진국은 괜히 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자꾸 들더라고요.

안에는 호류지 미니어쳐도 있고, 버튼을 누르면 설명이 좔좔 나오는 장치도 되어 있습니다. 아기자기하게 잘 만들어 놓았더군요. 여기서 공짜 안내책자 하나를 집어들고 호류지로 갔습니다. 그러나 호류지 입장권을 사면 어차피 안내책자를 주기 때문에, 괜히 집어들고 온 셈이 되었습..OTL

저기가 정문입니다. 도다이지의 슈퍼울트라 정문에 비하면 아담한 규모.

안쪽은 이렇습니다. 호류지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본당과 오층목탑을 보려면 입장료를 내야 하는데, 호류지 표값은 무려.. 1000엔..!! 경내 관람과, 각종 국보가 전시된 보물관 관람 표가 합쳐진 일종의 패키지 형식인데, 이왕 온 김에 다 보자는 뜻에서 눈물을 삼키며 1000엔을 내고 들어갑니다.
이른 아침인데도 절에 사람이 꽤 많아서 웬일인가 했더니만 아니나다를까, 일본 어디에나 존재하는 듯한 한국인 단체관광객들.... 이분들 너무 시끄러우셔서 절집이 떠나갈 듯... 제가 다 민망했습니다..OTL (다행히도 곧 다른 곳으로 가버리시더군요)

호류지의 남대문입니다. 저 뒤로 보이는 게 본당과 오층목탑.

호류지는 일본에서 최초로 --- 라고는 해도 히메지성과 함께 지정되었으므로 '공동 최초' 라고 하는 게 맞습니다 ---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절집입니다. 본당과 오층목탑 등을 포함한 경내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이죠. 이곳의 오층목탑은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목탑으로 높이는 31.5m라고 하네요. 대략 아스카 시대에 지어진 건물입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백제 말기니까, 거의 1400년 가까이 되었죠. 탑 맨 꼭대기 층의 동서남북 방면에 각각 보물들이 모셔져 있다는데, 석가모니의 진신사리도 있는 듯..'-' (저것은 물론 그때 그 건물이 아니고 후대에 복원한 겁니다)

본존불이 안치되어 있는 금당입니다. 담징이 그린 금당벽화로 유명한 건물이죠. 벽화가 있나 해서 안에 들어가 봤는데 벽화는 없고 불상만 가득;; 어찌된 일인가 했더니 1946년에 일어난 화재로 벽화는 타버리고(ㅠㅠ) 현재는 예전에 찍은 사진을 토대로 하여 판넬에 재현한 작품만 보물관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일본에서 목조 건축물들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시작되게 된 계기가 바로 1946년, 호류지에서 일어났던 화재 때문이라고 하네요. 금당 안에는 쇼토쿠 태자가 만들었다는 금동불상 등 값진 불상들이 가득하댔는데, 조명이 너무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_-; (게다가 사진도 못 찍게 하더군요)

금당을 아래에서 위로 올려 찍어 보았습니다. 단청이 되어 있지 않아 수수한 멋이 있습니다. 기둥에 용을 비롯한 각종 동물 조각을 새겨놓은 것이 이채롭습니다.

긴가쿠지의 화려한 사리전이나 도다이지의 무시무시하게 큰 다이부쓰덴에 비해, 기품있고 차분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 건물이라 사진을 참 많이 찍었습니다. 이런 절집은 일본에서도 흔치 않죠. 일본에서 갔던 열 군데의 절 중, 우리나라 절집이랑 제일 비슷하게 느껴진 곳이었습니다.

시텐노지 때에도 설명드렸다시피, 금당과 오층목탑을 일직선으로 놓고 주변을 회랑으로 둘러싼 방식은 백제가 절집을 지을 때 썼던 양식이죠. 쇼토쿠태자가 시텐노지 다음으로 지은 절인 호류지도 어김없이 그런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우리 조상들의 기술을 받아들여 지은 절집이다 - 라는 생각이 들어서 호류지가 더욱 친근하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보물관으로 통하는 길로 나오니까 아담한 연못과 우물(로 추정되는 것)이 우리를 반겨줍니다. 날씨가 맑았다면 참 좋았을 텐데-_- 일본에서 저주받은 날씨를 계속 경험한 터라, 히메지를 제외한 다른 모든 곳의 배경이 흐리고 우중충합니다ㅠ.ㅠ

보물관으로 들어가는 입구입니다. 아까 한꺼번에 샀던 패키지 표를 제시하니 보물관 쪽에 구멍 하나 뚫고 들여보내 주더라고요. 건물 자체는 새로 지은 거라 별로 볼 거 없었음=ㅅ=

이것이 그 유명한 호류지의 금당 벽화입니다. 아까 말했다시피 원본은 타서 없어지고 현재 남아있는 것은 판넬에 재현해놓은 재현품입니다. 건물 안쪽에서는 사진을 못 찍게 해서, 보물관으로 들어가는 입구 바깥에서 줌을 바짝 땡겨서 찍은 터라 화질이 영 개판입니다--; 가까이서 보면, 재현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잘 그렸다' 는 느낌이 드는 그런 벽화입니다. 그러나 벽화의 안내문에는 '고구려 승려 담징이 그렸다' 라는 말이 없어서 머리 위에 물음표가 둥실둥실 떴죠-┌ 어차피 세계적인 유물인데, 남의 나라 사람이 그린 게 뭐 어떻다고 원작자를 안 써놨는지..
보물관 안에는 호류지의 유명한 유물 no.2인 청동으로 만든 백제관음상이 있습니다. 그 백제관음은 마치 백제 금동미륵보살 반가사유상과 남매처럼 닮았습니다. (사진을 못 찍게 해서 사진 없음-┌) 늘씬하게 잘 뻗은 우아한 불상이지요. 일본 불교미술의 대표작 중 하나입니다.

보물관을 둘러보고, 마지막으로 유메도노(夢殿)을 보기 위해 찬바람이 몰아치는 길을 꿋꿋이 걸어갑니다. 호류지는 경내가 상당히 넓은 절이라 다 둘러보려면 발품을 꽤 팔아야 하죠-_-;

유메도노 입장료는 200엔인데, 아까 샀던 1000엔짜리 패키지 표에 여기 입장료도 포함되어 있어서, 아까처럼 구멍 하나 뚫고 들어갔습니다. 서력 601년(쿨럭)에 조영된 곳으로 739년에 현재 규모를 갖춘 듯. 쇼토쿠 태자를 모시는 곳이라 팔각형의 유메도노 건물 안에는 관음상과 쇼토쿠 태자상 등등이 모셔져 있고, 이곳으로 들어오는 중문은 가마쿠라 막부 시대에 개조했다고 하네요.

유메도노 건너편에는 가마쿠라 막부 시대에 지어졌다는 사리전이 있습니다. '목탑에 사리가 안치되어 있는데 왜 또 사리냐!'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여기 있는 사리는 부처님 사리가 아니더군요. 때는 바야흐로 아주 옛날, 쇼토쿠 태자가 두 살이던 봄에 합장을 했더니, 손바닥 한 가운데에서 사리가 출현했다나 어쨌다나-_-;; 그 믿거나 말거나 한 사리를 보관하고, 쇼토쿠 태자의 일대기를 표현한 두루마리 등을 안치하기 위해 지은 건물이랩니다. 하여튼 쇼토쿠 태자님은 인기가 참 좋으십니다-_-; (근데 만약 이 분이 왕위에 올랐다면, 후대인들이 이렇게까지 쇼토쿠 태자를 좋아했을지는 조금 의문..;)

여기에는 범종각도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아담하고 작은 범종각과는 사뭇 다르죠. 종이 저 위쪽에 있어서 아래에서는 보이지도 않더군요-_-;

이번 일본 여행에서 늘 그래 왔듯이, 볼 거 다 보고 나가려니까 맑게 개이는 날씨..-┌ 교토에서 단단히 미움받고 있다고 느꼈는데 나라에서도 예외는 아니었습.. 크흑..ㅠ.ㅠ

이 멋들어진 절에 작별인사를 하고 오사카로 돌아갑니다. 안녕- 호류지!
* 이번 글에는 여러 정보가 상당히 많은데, 제 기억력이 좋아졌기 때문이 아니라 안내책자를 챙겨온 덕에 건물 내력에 대한 정보를 그나마 자세하게 다룰 수 있었습니다-┌ 챙겨오려고 했던 건 아니고.. 버리는 걸 깜빡해서 그냥 가져왔는데 이렇게 도움이 되네요.
* 다음 편에서는 오사카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오사카성과 츠텐가쿠 기행이 이어집니다. 그나저나 나 대체 이거 언제까지 써야 되는 거지..OTL
# by | 2008/02/26 10:05 | 여행 | 트랙백 | 덧글(6)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이 책은 총 25편의 일본 관광기로 구성되어 있으며,
볼 때마다 곳곳에 있는 사진이 시각적 즐거움과 상상할 수 있는 즐거움을 준다.
'25편'의 내용은 각각 다르며, 사진 밑의 설명은 레여사의 구수한 입담을 느낄 수 있게한다.
...(이하 중략)[끌려간다]
일본은 도교만 갔었는데 우리나라보다 레플이 2만원 정도? 싸더군요.
뭐 사온건 세일하고 있는 0607 레플이었지만요..;
..아 홍콩은 더 쌀려나.
아- 사이버저지는 그 얘기셨군요; 지금 새로 바꾼 컴에는 포토샵이 안 깔려서(..) 만들 수가 없네요ㅠ.ㅠ 흑흑..
savants님//적어도 제가 돌아다닌 지역엔 없었습니다. 만약 있었다면 반드시 기억하고 사진도 찍어왔을 테니까요; 그리고 레플은 홍콩이 가장 쌉니다-_- 우리나라보다 한 3-4만원 저렴했었던 기억이'-'
긱스님//바로 그 호류지에요 ㅎㅅㅎ
리즈님//와 반갑습니다. 난바에서 신이마미야까지 가는 길이랑 겹치는 곳이죠! 숙소가 신이마미야에 있으셨나보네요 ㅎㅎ (지팡이나 선플라자 호텔에 묵으셨을라나;) 전 아침에 가도 인적이 전혀 없어서 으시시했는데, 그 길을 밤에 가셨다니..;; 무서우셨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