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2월 07일
되는대로 간사이 여행기(4)
* 지난 줄거리 : 기요미즈데라에서 눈보라와 사투를 벌임 (끝)
그리고 지적 감사합니다. 기요미즈데라의 약수는 물값을 받는게 아니라 물떠먹는 컵값을 받는 거라고 하네요. 거기 있는 물바가지로 그냥 마시면 돈 안 내도 된다고.. 이럴 줄 알았음 마시고 올 걸..! (땅을 치는 중)

제가 한창 절을 돌아볼 땐 눈보라가 들이치다가, 절을 떠나니까 반짝반짝 햇살이 쏟아지는 교토의 스리랑카 씨푸드 같은 날씨를 원망하며 니죠죠(二條城, 도쿠가와 가문의 성)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기요미즈데라 아래의 기요미즈미치 정류장까지 온 다음, 버스타고 갈지 지하철타고 갈지 고민하던 찰나에 잘 생긴 돌다리가 나오길래 그냥 찍어봤습니다. 그러다가 마침 기온에 가는 버스가 오길래 그냥 탔어요. 너무 추웠거든요..ㅠ

버스는 기온 입구에 저를 내려두고 갔습니다. 강렬한 빨간색이 인상적인 야사카 신사가 보이는군요. 신사에는 그다지 흥미가 없어 들어가보지는 않았습니다만, 저래뵈도 생긴 지 1100년이나 되는 오래된 신사라고 합니다. 그런데 건물이 반짝반짝 새것..? 교토의 신사들은 다 오래 되었지만 낡은 건물이 없어 의아했는데, 어떤 신사들은 액땜 내지는 복을 기원하는 의미로 30년마다 새로 건물을 짓는다는군요-_-;

일본의 3대 축제 중 하나인 기온 마쓰리가 열리는 거리이자, 게이샤들의 거리로 유명한 바로 그 기온입니다. 낮에는 전혀 볼 게 없고, 밤이 되어야 거리에 걸린 붉은 등이 쫘라락 켜지면서 멋진 볼거리를 연출한다고 하는데, 교토에 두 번이나 갔으면서 기온의 밤거리는 구경하지 못했습니다. 애초에 교토에 온 목적은 기온 구경이 아니었기 때문에 별로 아쉽지는 않지만..=ㅅ=;

버스를 탈까 지하철을 탈까 고민하던 차에 결국 지하철로 결정.. 그러나 나중에 보니 버스를 타는 편이 훨씬 더 나았습니다--;; 교토에도 시영 지하철 2개, 사철 3개 정도의 노선이 있지만 갈아타기 번거로운 데다 지하철 역으로부터 관광지가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아, 버스를 타는 쪽이 더 좋아요. 괜히 지하철을 타겠다고 고집해서 삽질하는 바람에 30분 정도의 시간을 낭비했습니다ㅠ

그러나 워낙에 아침 일찍 교토에 도착해서, 30분 삽질에도 불구하고 니죠성에 도착한 건 오전 10시-_-;; 교토에서 진정한 아침형 인간으로 거듭난 레여사. (퍽) 시대를 풍미하던 도쿠가와 가문의 성 답게 대문짝이 어마어마합니다.

니죠성의 평면도입니다. 외해자와 내해자의 이중 해자로 둘러싸인 드넓은 성인데, 다 둘러보려면 최소 3시간은 걸린다고 합니다만 관광 명소로 되어 있는 부분은 그 중 일부인지라 표지판을 따라가면 1시간 정도면 다 볼 수 있습니다.

여기가 바로 니죠성의 꽃, 국보로 지정된 니노마루고텐입니다. 여섯개의 건물이 연결된 궁전인데, 암살자를 막기 위해 밟으면 소리가 나게 설계된 이 곳의 마루가 유명하지요. 신발을 벗어 신발장에 넣고 안으로 들어가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입구에서는 안내문도 나눠주고요. 한글 안내문도 당연히 있습니다. 찬바람이 씽씽 불면서 다시 먹구름이 밀려드는 추운 날씨이지만, 발시림을 각오하고(실은 입장료 600엔이 아까워..) 들어가 봅니다.

니노마루고텐 내부는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습니다만, 추위와 굶주림으로 매우 신경이 날카로워진 레여사는 '흥, 사진 찍으면 닳아? 닳냐고! 플래시 안 터뜨리면 될 거 아냐!!' 라는 생각에 안내요원들이 안 보일 때마다 몰래 사진을 찍었습니다-_- 착한 어른 여러분들은 따라하지 마세요.
각 방마다 벽화가 그려져 있고, 앞에 놓인 기계의 단추를 누르면 음성으로 설명이 나옵니다. 일본어 설명이라 알아들은 건 30%도 안 됩니다만, 카메라 셔터 소리를 숨기기 위해 알차게 이용하였습.. (퍼퍼퍽)

니노마루고텐의 마룻바닥은 정말 밟으면 소리가 납니다. 이 소리는 니죠성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휘파람새-_-소리로 들리지는 않지만, 일반적인 마루가 삐걱거리는 소리와 다르긴 달라요. 신기한 건 닌자들이 하는 것처럼 발끝을 세우고 조심조심 걸으면 성큼성큼 걸을 때보다 소리가 더 커진다는 거..+_+ 쇼군을 암살하러 온 닌자의 기분으로 살금살금 걸어 보니 더 커지는 소리.. 나름 재밌었습니다. 그런데 시녀들이 시중들러 돌아다니거나 부하들이 경호를 위해 왔다갔다 할 때에도 마룻바닥에 소리가 났을 텐데.. 암살자를 막겠다는 의도는 좋지만, 쇼군은 끊임없이 소음에 시달려야 했을 듯-__-

천장의 금박 장식은 화려하고 멋있었습니다. 궁전다운 분위기'-'

안쪽에는 작은 정원이 하나 있습니다. 봄엔 예쁠 듯 해요.

니노마루고텐을 나와 뒤쪽의 정원으로 돌아들어갔는데, 또 눈보라가 휘몰아칩니다. 내가 무슨 눈의 여왕이냐!!! 내가 밖에만 나가면 눈이 이렇게 퍼부어!

섬세하게 잘 꾸며놓은 일본식 정원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만... 눈이 쏟아지는데 그런 게 눈에 들어올 리 만무합니다-_- 얼어죽는 줄 알았습니다.

그 때의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기 위해 보정 없이 크기만 줄인 사진 첨부..-_- 시커멓게 찌푸린 하늘에서 눈송이가 펑펑 쏟아져 내리는데 기분 참 뭣 같더군요-_-

기계적으로 카메라 셔터만 찰칵찰칵 눌러대다 급히 빠져나왔습니다ㅠㅠ 저는 눈을 정말정말정말로 싫어합니다. 진짜-_-

니죠성의 안쪽 해자입니다. 이곳에 놓인 다리로 들어가면 또 어디론가 통하는 문이 있습니다-_- 제 금붕어 뇌세포는 그게 어디인지 바로 잊어버렸습니다;

백조인지 거위인지 모를 새는 이 눈보라 속에서도 태평하게 깃을 다듬고 있군요.

그곳에는 정원이 하나 더 있고, 언덕 비슷한 게 있어서 니죠성의 전경을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허나 전망이 좋으면 뭐 합니까. 날씨가 개떡같은데-_-; 춥고 배고프고 신경질나서 바로 내려왔습니다.

그래도 저런 풍경은 좀 좋았음.

니죠성 안쪽 해자에 걸린 다리. 사진에 눈발 보이시죠?ㅠ_ㅠ

대형 사이즈의 니죠성 돌축대입니다. 저걸 보고 '와 크다' 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오사카성에서 슈퍼초울트라대형헤비급 사이즈의 돌축대를 보고 니죠성 돌축대는 까맣게 잊었습니다-_-;

아무래도 전 교토에게 버림받은 몸인가봅니다. 니죠성 관람을 대충 끝내고 굶주림과 추위의 이중고를 겪으며 비실비실 나가는 길을 찾기 시작하니까 바로 찬란한 햇살이 쏟아져 내립니다-__- 내가 가는 게 그렇게 좋냐고!

저게 아까 그 눈보라치던 다리-_- 눈이 쏟아질 때로부터 고작 20분 뒤에 찍은 건데 날씨가 저렇게 변하더이다. 이날 교토의 날씨는 영국 날씨의 뺨따구를 충분히 후려갈기고도 남을 만큼 변덕스럽기 짝이 없었습니다.

떠나는 길손을 축복하듯 햇살은 눈부시게 빛나고~ 있습니다-_-

그리고 저는 쫄딱 젖고 뱃가죽이 등가죽에 들러붙은 상태로 '먹이' 를 찾아서 허겁지겁 니죠성에서 나왔습니다. 그런데 니죠성 근처에는 여행객이 먹을만한 음식점이 업ㅂ어..!! 더 어이없는 건 칼가게가 보이자 그 상태로 바로 셔터를 눌러댔던 찍사정신(?).. 사진을 가만히 보시면 유리창에 비친 추레한 몰골의 제 모습이 보입니다 ㅋㅋㅋ
그래서 근처의 세븐일레븐을 습격하여 기린 밀크티와 메론빵을 사들고 니죠죠마에 정류장으로 돌아왔습니다. 정류장에서 먹을까 했는데 마침 킨가쿠지(금각사) 가는 버스가 오길래 냉큼 집어타고, 버스 안에서 끼니를 때웠습니다-_- 눈에 젖은 메론빵이 이렇게 맛있을 줄이야ㅠ.ㅠ.. (참고로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는 음식을 먹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너무 배가 고파서ㅠㅠ 알면서도 어쩔 수가.. 흑흑)

대충 위장에 연료를 공급하고 나니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더군요. 힘찬 발걸음으로 금각사로 출발'ㅅ' 여기서부터는 킨가쿠지가 아니라 금각사라고 적을게요. 뒤에 나오는 은각사(긴가쿠지)랑 발음이 비슷해서 혼란을 막기 위해 우리 말로 적는 게 더 나을 듯-_-; (실은 한글자 더 적는 것도 귀찮았.. 퍽퍽) 원래 이름은 로쿠온지(녹원사, 鹿苑寺)인데, 금박을 입힌 사리전이 너무 유명해져서 다들 금각사라고 부릅니다.

400엔짜리 표를 사서 들어가면 바로 금각사의 하이라이트, 사리전이 등장해 주십니다.

워.. 사진에서 보던 거랑 정말 똑같이 생겼습니다.

금각사는 역시 아래의 연못에 비친 모습과 함께 찍혀야 제맛. 이때쯤에는 다시 날씨가 맑아져서 나름 괜찮은 사진을 얻을 수가 있었습니다. 다행다행.

뒤로 돌아가서 찍어봐도 번쩍번쩍

줌을 땡겨서 찍어봐도 번쩍번쩍

사리전 꼭대기에서 펄럭거리는 저 새는 봉황이라고 합니다.(눈이 삐어서인지 정글고에 나오는 불사조를 연상하고 혼자 키득댔던 1人) 어쨌건 저게 황금색 도료가 아니라 진짜 금이라고..-_-;;; 금박이 벗겨져서, 70년대에 금을 새로 다시 입혀놨대요.

화려한 앞모습에 비하면 별로 볼 거 없는 뒷모습. 왜 1층에는 금박을 입히지 않았는지 의문입니다. 돈이 없었을까요?-_- 그런 거 같진 않은데..

금각사의 입장 수입은 이놈들을 먹여살리는 데 쓰인다는 전설이 있거나 말거나 합니다 (퍽) 초 거대 잉어들이 관광객을 알아보고 달려드는 장면은 마치 동물 시체에 달려드는 피라냐 떼거리를 연상시키더군요-_-;

사리전 뒤편에는 언덕을 이용해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정원이 있습니다. 금각사는 금박 사리전 말고는 볼 게 없다는 게 중론이지만, 저는 정원도 그런대로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 날씨가 맑았기 때문입니다-_-

세계 전역에서 금각사를 보러 와서 버글버글하게 들끓는 관광객 무리들만 없었다면, 참으로 포근하고 아늑했을 그런 분위기. 그런데 사람 진짜진짜진~짜 많더군요-__-;;;; 교토 간 날이 토요일이라 일본의 다른 지방에서도 사람들이 몰려오는 바람에 사람이 없는 사진 찍기가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정원에는 작은 연못이 있고, 한가운데의 앙증맞은 섬에는 꼬마 석탑이 올라앉아 있었습니다. 연못의 주인인 청둥오리들은 관광객들의 야단법석에도 아랑곳않고 열심히 헤엄만 치고 있더군요.

절 뒤편 언덕에서 내려다 본 사리전 지붕은 한쪽만 눈에 덮여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과학시간에 배운 내용을 떠올려 추리해 보면 눈이 쌓인 곳이 아마 북쪽이겠지요=ㅅ=
]
저는 이런 숲길을 참 좋아합니다'ㅅ'

실은 기념품 가게를 더 좋아합니..(퍼퍽) 예쁘고 아기자기한 기념품이 많은데요, 문제는 캐..비..싸...!! 교토의 비싼 입장료에 허덕이는 가난한 여행객은 도저히 건드릴 수 없는 그런 물건들이어서 눈물을 삼키며 나왔습니다ㅠ.ㅠ

다시 먹구름에 가리기 전, 마지막으로 빛을 뿌리는 태양과 나무의 그림자.

그리고 금각사를 기념하는 마음으로 절 앞의 가게에서 70엔짜리 녹차경단을 사서 먹었습니다-_-;; 초점이 뒤에 가서 맞아 버려서 녹차경단은 맨들맨들 뽀샵질이라도 한 듯 뿌옇게 나와 버렸네요. 아이스 경단처럼 차가웠다는 점만 제외하면 그럭저럭 맛은 괜찮았어요.

금각사를 떠나자마자 꺼멓게 흐려진 하늘은 다시 악마의 x가루를 쏟아내기 시작합니다.. 나 정말 눈이랑 웬수졌나-_- 기요미즈데라, 니죠죠, 금각사까지 다 구경하고 왔는데 시간이 1시가 안 되어서 원래 예정엔 없던 은각사로 향했습니다. 금각사에서 은각사까지 바로 가는 버스가 20분마다 한 대씩 있어서 이동하기 편리해요. 시간은 40분 쯤 걸립니다만-_-;
사진 용량이 너무 많아져서 은각사+교토박물관 편은 다음 시간에=ㅅ=;
그리고 지적 감사합니다. 기요미즈데라의 약수는 물값을 받는게 아니라 물떠먹는 컵값을 받는 거라고 하네요. 거기 있는 물바가지로 그냥 마시면 돈 안 내도 된다고.. 이럴 줄 알았음 마시고 올 걸..! (땅을 치는 중)

짤방 - 오늘의 하이라이트.. 는 아니지만 제일 유명한 킨가쿠지(금각사)
제가 한창 절을 돌아볼 땐 눈보라가 들이치다가, 절을 떠나니까 반짝반짝 햇살이 쏟아지는 교토의 스리랑카 씨푸드 같은 날씨를 원망하며 니죠죠(二條城, 도쿠가와 가문의 성)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기요미즈데라 아래의 기요미즈미치 정류장까지 온 다음, 버스타고 갈지 지하철타고 갈지 고민하던 찰나에 잘 생긴 돌다리가 나오길래 그냥 찍어봤습니다. 그러다가 마침 기온에 가는 버스가 오길래 그냥 탔어요. 너무 추웠거든요..ㅠ

버스는 기온 입구에 저를 내려두고 갔습니다. 강렬한 빨간색이 인상적인 야사카 신사가 보이는군요. 신사에는 그다지 흥미가 없어 들어가보지는 않았습니다만, 저래뵈도 생긴 지 1100년이나 되는 오래된 신사라고 합니다. 그런데 건물이 반짝반짝 새것..? 교토의 신사들은 다 오래 되었지만 낡은 건물이 없어 의아했는데, 어떤 신사들은 액땜 내지는 복을 기원하는 의미로 30년마다 새로 건물을 짓는다는군요-_-;

일본의 3대 축제 중 하나인 기온 마쓰리가 열리는 거리이자, 게이샤들의 거리로 유명한 바로 그 기온입니다. 낮에는 전혀 볼 게 없고, 밤이 되어야 거리에 걸린 붉은 등이 쫘라락 켜지면서 멋진 볼거리를 연출한다고 하는데, 교토에 두 번이나 갔으면서 기온의 밤거리는 구경하지 못했습니다. 애초에 교토에 온 목적은 기온 구경이 아니었기 때문에 별로 아쉽지는 않지만..=ㅅ=;

버스를 탈까 지하철을 탈까 고민하던 차에 결국 지하철로 결정.. 그러나 나중에 보니 버스를 타는 편이 훨씬 더 나았습니다--;; 교토에도 시영 지하철 2개, 사철 3개 정도의 노선이 있지만 갈아타기 번거로운 데다 지하철 역으로부터 관광지가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아, 버스를 타는 쪽이 더 좋아요. 괜히 지하철을 타겠다고 고집해서 삽질하는 바람에 30분 정도의 시간을 낭비했습니다ㅠ

그러나 워낙에 아침 일찍 교토에 도착해서, 30분 삽질에도 불구하고 니죠성에 도착한 건 오전 10시-_-;; 교토에서 진정한 아침형 인간으로 거듭난 레여사. (퍽) 시대를 풍미하던 도쿠가와 가문의 성 답게 대문짝이 어마어마합니다.

니죠성의 평면도입니다. 외해자와 내해자의 이중 해자로 둘러싸인 드넓은 성인데, 다 둘러보려면 최소 3시간은 걸린다고 합니다만 관광 명소로 되어 있는 부분은 그 중 일부인지라 표지판을 따라가면 1시간 정도면 다 볼 수 있습니다.

여기가 바로 니죠성의 꽃, 국보로 지정된 니노마루고텐입니다. 여섯개의 건물이 연결된 궁전인데, 암살자를 막기 위해 밟으면 소리가 나게 설계된 이 곳의 마루가 유명하지요. 신발을 벗어 신발장에 넣고 안으로 들어가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입구에서는 안내문도 나눠주고요. 한글 안내문도 당연히 있습니다. 찬바람이 씽씽 불면서 다시 먹구름이 밀려드는 추운 날씨이지만, 발시림을 각오하고(실은 입장료 600엔이 아까워..) 들어가 봅니다.

니노마루고텐 내부는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습니다만, 추위와 굶주림으로 매우 신경이 날카로워진 레여사는 '흥, 사진 찍으면 닳아? 닳냐고! 플래시 안 터뜨리면 될 거 아냐!!' 라는 생각에 안내요원들이 안 보일 때마다 몰래 사진을 찍었습니다-_- 착한 어른 여러분들은 따라하지 마세요.
각 방마다 벽화가 그려져 있고, 앞에 놓인 기계의 단추를 누르면 음성으로 설명이 나옵니다. 일본어 설명이라 알아들은 건 30%도 안 됩니다만, 카메라 셔터 소리를 숨기기 위해 알차게 이용하였습.. (퍼퍼퍽)

니노마루고텐의 마룻바닥은 정말 밟으면 소리가 납니다. 이 소리는 니죠성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휘파람새-_-소리로 들리지는 않지만, 일반적인 마루가 삐걱거리는 소리와 다르긴 달라요. 신기한 건 닌자들이 하는 것처럼 발끝을 세우고 조심조심 걸으면 성큼성큼 걸을 때보다 소리가 더 커진다는 거..+_+ 쇼군을 암살하러 온 닌자의 기분으로 살금살금 걸어 보니 더 커지는 소리.. 나름 재밌었습니다. 그런데 시녀들이 시중들러 돌아다니거나 부하들이 경호를 위해 왔다갔다 할 때에도 마룻바닥에 소리가 났을 텐데.. 암살자를 막겠다는 의도는 좋지만, 쇼군은 끊임없이 소음에 시달려야 했을 듯-__-

천장의 금박 장식은 화려하고 멋있었습니다. 궁전다운 분위기'-'

안쪽에는 작은 정원이 하나 있습니다. 봄엔 예쁠 듯 해요.

니노마루고텐을 나와 뒤쪽의 정원으로 돌아들어갔는데, 또 눈보라가 휘몰아칩니다. 내가 무슨 눈의 여왕이냐!!! 내가 밖에만 나가면 눈이 이렇게 퍼부어!

섬세하게 잘 꾸며놓은 일본식 정원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만... 눈이 쏟아지는데 그런 게 눈에 들어올 리 만무합니다-_- 얼어죽는 줄 알았습니다.

그 때의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기 위해 보정 없이 크기만 줄인 사진 첨부..-_- 시커멓게 찌푸린 하늘에서 눈송이가 펑펑 쏟아져 내리는데 기분 참 뭣 같더군요-_-

기계적으로 카메라 셔터만 찰칵찰칵 눌러대다 급히 빠져나왔습니다ㅠㅠ 저는 눈을 정말정말정말로 싫어합니다. 진짜-_-

니죠성의 안쪽 해자입니다. 이곳에 놓인 다리로 들어가면 또 어디론가 통하는 문이 있습니다-_- 제 금붕어 뇌세포는 그게 어디인지 바로 잊어버렸습니다;

백조인지 거위인지 모를 새는 이 눈보라 속에서도 태평하게 깃을 다듬고 있군요.

그곳에는 정원이 하나 더 있고, 언덕 비슷한 게 있어서 니죠성의 전경을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허나 전망이 좋으면 뭐 합니까. 날씨가 개떡같은데-_-; 춥고 배고프고 신경질나서 바로 내려왔습니다.

그래도 저런 풍경은 좀 좋았음.

니죠성 안쪽 해자에 걸린 다리. 사진에 눈발 보이시죠?ㅠ_ㅠ

대형 사이즈의 니죠성 돌축대입니다. 저걸 보고 '와 크다' 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오사카성에서 슈퍼초울트라대형헤비급 사이즈의 돌축대를 보고 니죠성 돌축대는 까맣게 잊었습니다-_-;

아무래도 전 교토에게 버림받은 몸인가봅니다. 니죠성 관람을 대충 끝내고 굶주림과 추위의 이중고를 겪으며 비실비실 나가는 길을 찾기 시작하니까 바로 찬란한 햇살이 쏟아져 내립니다-__- 내가 가는 게 그렇게 좋냐고!

저게 아까 그 눈보라치던 다리-_- 눈이 쏟아질 때로부터 고작 20분 뒤에 찍은 건데 날씨가 저렇게 변하더이다. 이날 교토의 날씨는 영국 날씨의 뺨따구를 충분히 후려갈기고도 남을 만큼 변덕스럽기 짝이 없었습니다.

떠나는 길손을 축복하듯 햇살은 눈부시게 빛나고~ 있습니다-_-

그리고 저는 쫄딱 젖고 뱃가죽이 등가죽에 들러붙은 상태로 '먹이' 를 찾아서 허겁지겁 니죠성에서 나왔습니다. 그런데 니죠성 근처에는 여행객이 먹을만한 음식점이 업ㅂ어..!! 더 어이없는 건 칼가게가 보이자 그 상태로 바로 셔터를 눌러댔던 찍사정신(?).. 사진을 가만히 보시면 유리창에 비친 추레한 몰골의 제 모습이 보입니다 ㅋㅋㅋ
그래서 근처의 세븐일레븐을 습격하여 기린 밀크티와 메론빵을 사들고 니죠죠마에 정류장으로 돌아왔습니다. 정류장에서 먹을까 했는데 마침 킨가쿠지(금각사) 가는 버스가 오길래 냉큼 집어타고, 버스 안에서 끼니를 때웠습니다-_- 눈에 젖은 메론빵이 이렇게 맛있을 줄이야ㅠ.ㅠ.. (참고로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는 음식을 먹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너무 배가 고파서ㅠㅠ 알면서도 어쩔 수가.. 흑흑)

대충 위장에 연료를 공급하고 나니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더군요. 힘찬 발걸음으로 금각사로 출발'ㅅ' 여기서부터는 킨가쿠지가 아니라 금각사라고 적을게요. 뒤에 나오는 은각사(긴가쿠지)랑 발음이 비슷해서 혼란을 막기 위해 우리 말로 적는 게 더 나을 듯-_-; (실은 한글자 더 적는 것도 귀찮았.. 퍽퍽) 원래 이름은 로쿠온지(녹원사, 鹿苑寺)인데, 금박을 입힌 사리전이 너무 유명해져서 다들 금각사라고 부릅니다.

400엔짜리 표를 사서 들어가면 바로 금각사의 하이라이트, 사리전이 등장해 주십니다.

워.. 사진에서 보던 거랑 정말 똑같이 생겼습니다.

금각사는 역시 아래의 연못에 비친 모습과 함께 찍혀야 제맛. 이때쯤에는 다시 날씨가 맑아져서 나름 괜찮은 사진을 얻을 수가 있었습니다. 다행다행.

뒤로 돌아가서 찍어봐도 번쩍번쩍

줌을 땡겨서 찍어봐도 번쩍번쩍

사리전 꼭대기에서 펄럭거리는 저 새는 봉황이라고 합니다.

화려한 앞모습에 비하면 별로 볼 거 없는 뒷모습. 왜 1층에는 금박을 입히지 않았는지 의문입니다. 돈이 없었을까요?-_- 그런 거 같진 않은데..

금각사의 입장 수입은 이놈들을 먹여살리는 데 쓰인다는 전설이 있거나 말거나 합니다 (퍽) 초 거대 잉어들이 관광객을 알아보고 달려드는 장면은 마치 동물 시체에 달려드는 피라냐 떼거리를 연상시키더군요-_-;

사리전 뒤편에는 언덕을 이용해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정원이 있습니다. 금각사는 금박 사리전 말고는 볼 게 없다는 게 중론이지만, 저는 정원도 그런대로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 날씨가 맑았기 때문입니다-_-

세계 전역에서 금각사를 보러 와서 버글버글하게 들끓는 관광객 무리들만 없었다면, 참으로 포근하고 아늑했을 그런 분위기. 그런데 사람 진짜진짜진~짜 많더군요-__-;;;; 교토 간 날이 토요일이라 일본의 다른 지방에서도 사람들이 몰려오는 바람에 사람이 없는 사진 찍기가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정원에는 작은 연못이 있고, 한가운데의 앙증맞은 섬에는 꼬마 석탑이 올라앉아 있었습니다. 연못의 주인인 청둥오리들은 관광객들의 야단법석에도 아랑곳않고 열심히 헤엄만 치고 있더군요.

절 뒤편 언덕에서 내려다 본 사리전 지붕은 한쪽만 눈에 덮여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과학시간에 배운 내용을 떠올려 추리해 보면 눈이 쌓인 곳이 아마 북쪽이겠지요=ㅅ=

저는 이런 숲길을 참 좋아합니다'ㅅ'

실은 기념품 가게를 더 좋아합니..(퍼퍽) 예쁘고 아기자기한 기념품이 많은데요, 문제는 캐..비..싸...!! 교토의 비싼 입장료에 허덕이는 가난한 여행객은 도저히 건드릴 수 없는 그런 물건들이어서 눈물을 삼키며 나왔습니다ㅠ.ㅠ

다시 먹구름에 가리기 전, 마지막으로 빛을 뿌리는 태양과 나무의 그림자.

그리고 금각사를 기념하는 마음으로 절 앞의 가게에서 70엔짜리 녹차경단을 사서 먹었습니다-_-;; 초점이 뒤에 가서 맞아 버려서 녹차경단은 맨들맨들 뽀샵질이라도 한 듯 뿌옇게 나와 버렸네요. 아이스 경단처럼 차가웠다는 점만 제외하면 그럭저럭 맛은 괜찮았어요.

금각사를 떠나자마자 꺼멓게 흐려진 하늘은 다시 악마의 x가루를 쏟아내기 시작합니다.. 나 정말 눈이랑 웬수졌나-_- 기요미즈데라, 니죠죠, 금각사까지 다 구경하고 왔는데 시간이 1시가 안 되어서 원래 예정엔 없던 은각사로 향했습니다. 금각사에서 은각사까지 바로 가는 버스가 20분마다 한 대씩 있어서 이동하기 편리해요. 시간은 40분 쯤 걸립니다만-_-;
사진 용량이 너무 많아져서 은각사+교토박물관 편은 다음 시간에=ㅅ=;
# by | 2008/02/07 12:48 | 여행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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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정말 저 금각사 사리전 1층에는 왜 금박을 안입힌걸까요 ㅡ.ㅡ
보이는대로 다입혔으면 더 화려했을텐데 말이죠 ㅡ.ㅡ
전 1층에 안 바르는 편이 좋다고 생각.
오히려 다 발랐으면 번쩍번쩍 천박해보였을지도=ㅅ=
지금 레즈님 블로그가 이글루스 메인에 떠 있어요. 타고 들어왔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