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머릿속이 궁금하다

사회과는 특성상, 서술형 문제를 출제하면 아이들이 문제를 자기 스스로의 인지구조로 재해석하여 기발하고 독창적인 답을 쓸 때가 매우 많습니다. (라고 쓰고 답을 엉망으로 씁니다 라고 읽습니다) 예를 들어, 제 남자친구는 중학교때 '차티스트' 가 답인 문제에 무려 '치르타프' 를 써놓고 그게 답일 거라고 확신하고 있다가, 교무실로 끌려가서 사회선생님께 되게 혼났었대요. 전교 1-2등을 다투던 우수한 학생이 그런 희한한 답을 썼으니, 선생님을 놀리는 줄 아셨다나 어쨌다나-_-a 공부 잘 하는 친구들도 그러는데, 그렇지 못한 아이들은 어떻겠어요-┌...

하여튼 시험문제 채점하다 보면 이런 아이들 꼭 있습니다.

1. 똑같은 답으로 쫙 미는 아이 - 그럼 한두개 쯤은 맞음

예를 들어 수업시간에 '세계무역기구' 를 강조했다고 하면, 한 반에 한두 놈은 서술형 답지 전부, 또는 일부에 '세계무역기구' 를 쫙 써놓더라구요. 그러면 하나 정도는 맞지요. 물론 채점하는 사람은 그 얍삽함에 분노하지만-┌+

2. 답은 열심히 썼는데 모두 다 틀리는 아이

이런 경우가 제일 안습합니다.. 전교에 한두 명 정도는 있어요. 정말 답은 하나도 안 빼놓고 정성스럽게, 그것도 교과서에 있는 내용으로 다 골라 적었는데 모두 다 정답이 아닌 눈물나는 상황.. 게다가 글씨까지도 또박또박 예쁘게 쓴 경우라면 더욱 불쌍하지요. 그 정성이 가상해 점수 주고 싶은데 그럴 수는 없으니 그저 안구에 쓰나미만..-_-

3. 철자 틀려놓고 맞게 해달라고 우기는 아이

사회도 국어 못지 않게 글자가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제정' 과 '재정' 은 전혀 다른 뜻을 가진 단어죠. 답이 '로마 제정' 인데 '로마 재정' 이라고 썼다.. 이건 완전히 뜻이 달라져 버리니까 어쩔 수 없이 틀리게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지난 시즌.. 이 아니라 지난 학기에 이런 녀석이 있었습니다. 답이 '흑사병' 이었는데, 전교에 딱 한명, '흙사병' 이라고 쓴 놈이 있었죠-_-... 하도 기가 막혀서, 그녀석 반에서 대놓고 그 얘기를 했더니, 그 미스터 흙사병 말하길-_-

MR. 흙 : 그거 맞게 해주시면 안되요?
Z : 뭐라고? 제정신이냐!
MR. 흙 : 어차피 발음은 똑같고, 이니셜도 'ㅎㅅㅂ' 이잖아요!
Z :


그리고 이런 아이도 있었습니다. 공부 잘 하는 똑똑한 녀석인데 '탄핵소추' 를 '탄핵소축' 이라고 적었더군요. 그래서 정신을 차리라는 뜻에서 틀리게 하고 주의를 단단히 주었더니만, 다음 시험에서는 '담합' 을 '단합' 이라고 적어서 틀렸어요. 확실히 사람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경향이 있습니다=_=

4. 영어 약자의 비극

국제 기구를 시험문제로 내면 참 다채로운 국제기구들이 나옵니다. 이넘들이 어떻게 이런 걸 알까 싶을 정도로 말이죠-_-;; 답이 세계무역기구(WTO)인 문제의 답으로 어떤 것들이 등장하냐 하면요... EU, APEC, ASEAN, NAFTA(제일 많음), WHO(세계보건기구!?), UN(은근히 많음), OPEC, 심지어 PLO(팔레스타인 해방기구;;)에 IMF..-_- 그리고 W와 T와 O가 들어가는 건 기억나는데 순서를 몰라서 TWO나 WOT라고 쓰는 놈들도 있습니다. 정말 안습이지요-_-;

5. 답안지에 화내거나 애원하는 아이

이런 애들 꼭 있습니다. 자기가 공부한 거 안나오면 답안지에 이상한 말 써놓는 넘들.. 예를 들어.

'뭐지? 뭘까? 이게 뭘까요?' (그거 쓰라고 문제 냈거등?)
'아 놔 여기 공부 안했는데-_-' (이모티콘도 꼭 씀)
'선생님 제발 이거 맞게 해주세요ㅠㅠ' (쓰지도 않았는데 뭘 맞게 해..)
'짜증나 짜증나 짜증나 짜증나' (나도 짜증나)
'Hmm~~~~~~~~' 또는 'Shit~~~~~~' (꼴에 영어는...)
'금, 은, 마약, 이순신, 충남, 64세..' (정신 감정이 필요함)


정 모르겠으면 그냥 비워두거나, 1번에 해당하는 녀석들처럼 하나로 쭉 밀면 하나는 맞을 것을-_- 꼭 저런다니까요. 5번의 경우에는 정도가 심하면 교무실에 불려와서 혼납니다..-_-+


시험 채점하다가 문득 생각나서=_= 끄적끄적.
그런데 챔스 오늘인가? 내일인가? 기억이..=_=;;

by Reds | 2007/12/11 18:51 | 잡담 | 트랙백 | 덧글(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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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Lucypel at 2007/12/11 18:59
오늘입니다. (응?)
Commented by lysh at 2007/12/11 19:02
오늘입니다. 그러니까 엄밀히 말해, 내일 새벽. 우리나라 시간으로 4시 반이네요. 이겨야 할텐데 말이죠;;
Commented by 나쉬 at 2007/12/11 19:11
크하하 '이니셜도 ㅎㅅㅂ' 이라는 데에서 엄청 웃었습니다ㅠ.ㅠ 아아 아해들이란
주관식 문제는 아닌데 예전에 제가 아는 어떤 넘은 과학시험에서 객관식 문제를 전부다 1번으로 밀었는데, 공교롭게도 그 시험지에 답이 1번이 하나도 없었대요...
점수는 0점

ㅠㅠㅠㅠㅠ흑흑흑
Commented by 김연호 at 2007/12/11 19:16
저는 어릴 때 답을 쓰고 옆에 남는 공간에 선생님 감사합니다 어쩌고 저쩌고 편지를 썼었어요.

아 느끼해.
Commented by prez at 2007/12/11 21:09
저는 어렸을 때 친구하고 날마다 시험일 수는 없을까 하고 고민한 적이 있었습니다.
Commented by 갈피 at 2007/12/11 21:29
으하하하;
전 도덕시험때 아가페를 아가멤논으로 썼던 기억이 =_=
역시 어릴때 당당히 틀려도 저런 추억 하나 쯤은 있어서 하는거 아닌가효 (응?)
Commented by 누에고찌 at 2007/12/11 22:16
...저는 데카브리스트의 난을 브리티쉬XX의 난으로 쓴 기억이 있군요.
도대체 안 본 것을 만들어내려면 힘들어요. 투덜투덜.
제 은사 분께서는 국사 채점하면서 답안을 색깔별로 예쁘게 하셨다고
점수 추가로 주시던데-_-;;
Commented by GIGGS at 2007/12/11 23:09
제가 고등학교 1학년때 국사시험 문제에 이런게 나왔었죠 "일본 서기에 나와있는 백제의 왕이 왜 왕에게 전해준 칼로 해석이 문제가 되고 있는 ~~~ 이칼의 명칭은?"

한창 풋풋한 고등학교 1학년때.. 그것도 처음으로 맞은 중간고사..
우리반 부반장 답안지..


"평화의 검"

그때 시험이 끝나면 과목 쌤이 답안을 복도에 붙여놓고는 했는데 그 답 "칠지도" 옆에 "평화의 검" 안됨 이라고 크게 써놔서 부반장의 가슴을 아푸게 했던..(부반장이 셤 끝나고 자기가 평화의 검이라고 썼다고 하지만 않았어도.. ^^;;)
Commented by Agustin at 2007/12/12 00:14
아... 지금 제가 고등학생이라 그러는데... 좀... 자비를 배푸소서...
철자틀려서 시험망치면 은근히... 이거... 맘 아픔니다...
중학교땐 선생에게 속으로 저주를 퍼부우며 집에가서 울었다는....ㅡ,.ㅡ
모... 하이튼... 조금은... 자비를....
Commented by LionKing at 2007/12/12 08:49
아ㅎㅎ 재밌게 봤어요.

근데.... 갑자기.... 생각안나 낑낑대던 제 모습이.... ㅠ_ㅠ
Commented by savants at 2007/12/13 01:40
하하. 3자는 재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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