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07월 24일
데니스 베르캄프의 마지막 경기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처음 은퇴 소식을 접했을 때엔 아쉬웠지만, 몇 년째 미뤄 오던 은퇴라 올해야말로 마지막 기회일 거라고 생각하셨을 수도 있구요. 뭐라 말로 표현하긴 힘들지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기는 합니다. 그래도 섭섭해요..ㅠ.ㅠ
이 분 처음 뵈었던 게 98년 월드컵이었죠. 파편처럼 남아 있는 몇 가지의 기억 위로 확실하게 머리에 아로새겨졌던 건 바로 아르헨티나전에서 극적으로 들어갔던 역전골. 축구의 ㅊ 자도 모르는 꼬맹이었지만, 그래도 이 분이 차는 공은 다른 선수들과는 다르게 보였더랬습니다. 뭐랄까, 같은 그라운드에 있으면서 다른 차원에서 공을 다루는 것 같은 느낌이었죠. 진짜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때로부터 벌써 8년의 세월이 흘러 저는 리버풀의 팬이 되었고 그때보다는 축구에 대해 여러 모로 잘 알게 되었습니다만, 제가 직접 지켜본 선수들 중 가장 우아한 플레이를 하는 분이라고 생각한 점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그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이런 분의 경기를 볼 수 있었다는 점은 행운이에요.
앞으로도 제 머리 속에 '축구의 거장' 이라면 제일 먼저 떠오를 이름입니다. Dennis Bergkamp.
* MBC가 여기저기 무참히 잘라먹었다고 해서-_-.. 제 피박에 완전 무삭제판(..이러니까 이상하네요;) 풀버전으로 올려놓았습니다. 캡쳐해 놓았지만, 끝나고 선수들이 모여서 축하해주는 장면은 정말 찡합니다ㅠ.ㅠ
* Testimoniel Match는 축구 선수들의 은퇴 후 생계 유지가 어려웠던 시절, 구단에서 10년 이상을 뛴 선수들의 생활 보장을 위해 구단에서 열어주는 은퇴 기념 경기였다고 합니다. 따라서 은퇴 경기에서 나오는 수익은 모두 대상 선수에게 돌아가는 거죠. 그렇지만 베르기옹은 개인 자산이 무려 3700만 파운드나 있기 때문에(영국에 있는 모든 축구선수들 중 가장 부유하십니다-_-b) 이번 경기의 수입은 모두 기부되었습니다.
일전에 유로님께 저 얘기를 듣고 현재 리버풀에 Testimoniel Match 대상자가 있나 살펴봤는데 --- 팀에서 10년 이상 뛴 선수여야 합니다 --- 단 한 명도 없더군요ㅠ_ㅠ.. 그나마 근접한건 파울러옹이지만 중간에 몇 년 다른 팀에서 뛰셨으니까, 한 팀에서 10년 넘게 뼈를 묻은 베르기옹과는 얘기가 좀 다르죠. 왠지 아스날과 아스날 팬들이 잠시나마 부러워졌습니다.
* 경기 사진들은 아래 올려놓습니다'ㅅ'

아스날의 새 경기장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입니다.
경기가 있는 날은 언제나 기마경찰들이 질서를 잡습니다.

예전에 화이트 하트 레인에 갔을 때 '기마경찰들이 있다고 질서가 더 잘 잡히나?' 라는 의문을 가졌던 기억이 나네요-_-; 뭐 일반 경찰보다 멋져 보이긴 합니다 (음?)

자꾸 구장 사진만 올리네요; 부러워서 그래요 부러워서ㅠ.ㅠ (우린 언제 짓나?)

베르기옹의 부인인 헨리에타씨입니다. (오른쪽) 애기는 막내따님~

큰아들 미첼입니다. 아빠랑 똑 닮은게 너무 귀엽죠?

갑자기 급격히 가족사진 분위기--; 베르기옹의 아버님 되십니다.

벵교수님. 언제나 간지가-ㅅ-b.. 여러 모로 감회가 새로우실 듯 해요.

반바스텐옹! 패스 장면 보니 이야..-_-b 폼은 일시적이라도 클래스는 영원하단 말 실감.

이쪽은 아스날 편! 쁘띠, 오베르마스같은 반가운 얼굴들 반 잘 모르는 얼굴 반..ㅠ.ㅠ

무려 요한 크루이프 옹도 출전하셨습니다-_-b 네덜란드 레전드는 총출동한 느낌.

골은 대략 앙리가 넣었습니다. 어시스트는 베르기옹!

이 장면 보고 가슴이 찡했다죠.

그동안 정말 고마웠습니다. 나중에 감독으로 피치에서 다시 뵐 날이 오기를 기다릴게요!
# by | 2006/07/24 22:22 | 축구 | 트랙백 | 덧글(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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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마스터를 알게 된건 초딩이던 유로92이었던가.. 그런데 본격적으로 좋아하기 시작한건 94미국월드컵 때 부터였죠. 8강에서 당시 최강이라 불리던(저로선 98때나 02, 혹은 이번 월드컵의 브라질보다 강력했다고 생각합니다.)브라질과 맞붙었을때.. 0-2로 끌려가다가 추격골을 눈깜박할새에 넣고 그 공을 직접 하프라인으로 들고오던 모습을 보며 '왠지 저 사람은 혼자서도 브라질 11명을 모두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은 거대한 느낌을 받았었습니다. 결국 네덜란드는 2-3으로 지긴했지만 그건 과히 틀리지 않은 짐작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몇년전부터 아스날의 10번이 비게 될날을 각오했었지만 막상 닥치게 되니 아예 할말이 없어져버렸습니다. 울음을 삼키다 삼키다 목이 메어버린 느낌일까요.
마스터, 그 동안 감사했습니다. 진심으로 당신에게 감사합니다.
딱 하나 서포터들의 야유만 없었더라면 정말 완벽한 축제였을텐데요....
(뭐어 이전의 일이 있었으니 아주 이해못할건 아닌데 그래도 자기네 레전드의 은퇴경기고
축하해주러 온거니 좀 조용히 넘기면 안됐을까 하는 아쉬움과 실망감이 앞서더군요.....)
파울러옹은 자신의 의도와는 다르게 옮겨간 대표적인 예라ㅜㅜ
경기 다시 보니 어시스트를 한 선수가 베르기옹이 아니라 딕슨옹이네요 ^^;;
베르기옹 패스 -> 딕슨옹 크로스 -> 앙리 골입니다..^^
우리 첼시도 일본 선수 하나 영입하면.. 세인트제임스파크 뺨치는 건물 하나 세울수 있을까..
'이나모토 정도가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이니.. 야나기사와 급이면 누깜프 정도는 세울수 있지 않을까?..'
상상의 결과는.. 말 안할랍니다.
기마경찰은 걍 전통+시끄러워졌을때 인파 사이로 돌격해버리는 용도라고 하네요. 똥 치우는게 불편하겠지만서도-_-;;
아쉽네요..ㅠ_ㅠ
그나저나 3700만 파운드라....(먼산)
그때의SEGA님//뷁사마 레알 가고 난 다음에 영국 최고 부자 축구선수 자리를 당당히 꿰차셨죠. 게다가 베르기옹은 왠지 재테크도 잘 하실것 같아서-ㅅ-;
뭐.. 그저 오랜 시간동안 그런 플레이를 보여주셨다는 것에 대해 감사드릴 뿐입니다.
比良坂初音님//그 동네 사람들은 신경도 안 씁니다; 야유 당한 사람도 개의치 않는 것 같고.. 결국 은퇴 경기도 경기라는 거죠=_= 그래서 그냥 그런가보다 해요. 좀 섭섭하긴 하지만, 그쪽은 그쪽 나름대로의 방식이 있겠죠.
라디님//파울러옹 다음 시즌이면 10년 아닌가요? 아, 올 시즌 뛰시면 10년인가;
전 스뎅, 캐라, 파울러옹 같은 리버풀 출신 선수들도 선수들이지만, 히사마가 10년 채우고 리버풀에서 은퇴하셨으면 좋겠어요ㅠ.ㅠ 하만옹도 그러시길 바랬는데 떠나버리셔서 무지 안타까웠거든요ㅠ.ㅠ
물빛바람님//정말 그랬겠네요 :D
오투님//아, 아나운서가 그렇게 말하더군요.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의 첫 골은 넣지 못했지만 첫 어시스트는 베르캄프가 장식했다' 라고.. 그래서 베르기옹이 했나보다=_= 했어요;
일전에 새 구장 짓는다는 소리 들었던 거 같은데, 어떻게 된 건가요?
날아라간조님//옷.. 보니까 정말 그렇네요+_+
레인님//'무삭제 노모자이크 유출본 풀버전' 이라고 말하니 묘하네요-┏
기마경찰은 그런 거였나요. 그런데 인파 사이로 돌격하는 게 효과가 있을지는;; (영국 축구팬 아저씨들 떡대가 너무 무서워서.. 후덜덜ㅠ.ㅠ)
퀴어아줌마님//저야 98월컵때 오웬놈-_-에게 맛이 갔었지만; 축구가 정말 멋있는 스포츠라는 걸 배우게 된 계기는 베르기옹 덕분이었기 때문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반바스텐옹..-_-b 엄지손가락만 추켜세울 뿐이에요.
Cowbb님//저도ㅠ.ㅠ.. 국대에서 너무 일찍 은퇴하신 것도 아쉽구요;ㅇ;
오렌지나님//EPL에서는 그렇게 해요. 다른 나라는 잘 모르겠어요.
말디니옹 은퇴 경기는 무슨 마음으로 보게 될지.. 벌써부터 눈물이 글썽글썽해요ㅠ_ㅠ
허나 대신에 지금 신식 시설을 갖춘 유소년 센터를 건립중에 있지요 ㅋ